산업 산업일반

[다시 불붙는 금리 논쟁] 경기지표 전방위 부진에 힘받는 금리인하론.. 한은 때 놓칠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2 17:26

수정 2015.03.02 21:24

금리 처방 필요.. 1월 산업생산 다시 하락 소비도 전월대비 3.1% ↓
수출 가격경쟁력도 약화 전문가들 "한은 결단 필요"
고민 깊은 한은.. 저금리 여파 전셋값만 급등 결국 가계 부채 더 키운 셈
국민 1인당 빚도 2150만원 LTV·DTI 규제 강화론도


[다시 불붙는 금리 논쟁] 경기지표 전방위 부진에 힘받는 금리인하론.. 한은 때 놓칠라

'약(금리인하)'을 더 써볼 것인가, '부작용(가계부채)'이 걱정스러워 쓰지 않을 것인가.

연초부터 수출·투자·생산·소비 등 전 분야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경기하방 압력이 가시화되면서 또다시 추가 금리인하론에 불이 붙고 있다. 기업 경기를 살릴 것인가, 가계빚 관리에 나설 것인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3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은행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반적으론 금리인하 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경기회복 불씨가 꺼져가는 걸 보고만 있을 것이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시적 금리인하가 되레 가계부채 부담만 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하락

금리인하 요구가 다시 힘을 받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개선되는 듯 보였던 전체 산업생산 실적이 지난 1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상승세를 탔던 핵심 주력업종이 포진한 광공업(조선·철강·기계·석유화학 등) 생산이 3개월 만에 하락 반전하면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액은 전달 대비 1.7%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3년 3월 1.8%의 하락폭을 기록한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 중 광공업 생산액은 3.7% 감소,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 마이너스(-)10.5%를 기록한 이후 6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소비 역시 전월 대비 3.1%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1% 감소했다. 소매판매의 감소 전환은 3개월 만이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판매액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9.5%, 15.6%, 9.9%, 6.1% 감소했다. 기업 설비투자는 전기 및 전자기기 등에서 증가했으나 자동차 일반기계류 등에서 감소해 전월보다 7.1% 떨어졌다. 46조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지난해 두 차례(2014년 8월·10월)에 걸친 금리인하(총 0.5%포인트)의 결과물이라곤 하기에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월 산업생산지표가 악화해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간다면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하 시기는 늦으면 늦을수록 부담이다. 미국 금리인상 방향에 맞춰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일종의 '금리 동조화의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에 집중하는 새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전보다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진근 연세대 명예교수(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도 "전 세계가 초저금리로 나가는데 2.0%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단적인 예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지, 동결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선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실장은 "금리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부양을 위해 해볼 수 있는 수단은 다 써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금리 카드를 안 쓰는 것은 방관이며 책임 회피"라고 강조했다.

■이주열 "좀 더 지켜보겠다"

지금까지 한은의 스탠스는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금리인하 효과가 기업이 아닌 가계로 흘러들어가 가계부채만 키운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해 전셋값을 올리려는 주인과 전셋값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세입자들로 인해 전세시장 붕괴만 촉진됐다. 이른바 저금리의 역설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년 새 67조6000억원(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089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추계인구가 5062만명임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2150만원가량 빚을 진 셈이다. 올해 국내 경제가 전망치(연 3.4%)대로 성장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부작용이 경기하방 위험보다 더 우려된다는 게 금통위의 판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일형 원장은 최근 경제학 공동 학술회의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시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부동산 부채의 경우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받아 전세로 사는 4분위 가계의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실장은 "통화완화정책이 필요하긴 하나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은 시점"이라며 "금융중개지원대출이나 정책금융 등을 통해 실물로 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LTV와 DTI로 대표되는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의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예병정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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